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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애하는 나의 호러에게
가난을 그림자처럼 달고 자랐지만, 제 인생에 큰 불만을 없었다. 척박한 환경이지만 성실하게 학교를 다니고 상위권 성적을 유지하며 언젠가 찾아올 화려한 대학생활을 꿈꾸는 것이 사치의 전부인 박완에게도 오늘은 지독하게 운수 나쁜 날이었다. 아침부터 배차 간격을 어긴 버스 덕에 거금의 택시비를 날린 것도 모자라 사고뭉치 아버지의 대타까지 뛰어야 하는 그런 날. 이제는 익숙하게 거짓말로 선생님들은 속이고 학교를 빠져나온 박완이 향한 곳은 아버지의 일터였다. 오늘도 경마장에서 혼을 쏙 빼고 있을 아버지를 대신해 아버지가 관리하는 정원의 나무에 물을 주던 그 때, 느닷없이 사방에서 뿜어져 나오는 물줄기에 그만 흠뻑 젖어버렸다. 어느 것 하나 쉽지 않은 것이 없다. 태어난 그 순간부터 무정후에게는 뜻대로 되지 않는 일이 없었다. 그렇기에 무정후의 일상은 그저 지루하거나, 견디거나, 혹은 둘 모두. 여느때처럼 자신을 위해 꾸민 정원에서 낮잠을 자던 무정후의 잠을 깨운 건 낯선 교복을 입은 아이였다. 분명 방해하지 말라는 제 명령 따위는 전혀 모르는 것처럼 사방에 물을 튀기고 있는 아이. 교복 아래로 어른 거리는 하얀 피부가 시선을 잡아 끌었다. 클러, 틀어. 눈부신 태양아래 푹 젖은 와이셔츠아래로 뽀얗게 빛나는 속살과 아직 흐릿한 색의 유두까지, 무정후는 저도 모르게 혀를 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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